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김정한
시간이 흐르면 잊을 수 있을거라
그렇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오늘처럼 세차게 바람 부는 날에는
아픈 추억 때문에
망각의 진통제 한 알 억지로 삼킵니다
시리도록 눈물겨운 사랑
가슴에 담아두기 힘들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내 맘
그대를 잊기 위해
그대를 지우기 위해
숱하게 다짐했던 부질없는 시간들
이렇게 세차게 바람부는 날에는
긴 사랑앓이로
여윈 갈대처럼 내 맘 한없이 흔들리고 맙니다
시나브로 보지 않으면 잊고 살 줄 알았는데
시나브로 듣지 않으면 마음에서 떠날 줄 알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이렇게 세차게 바람부는 날이면
목젖까지 차오르는 그리움 때문에
괜찮다는 말, 잊겠노라는 말을
더 이상 물 넘기 듯 숨쉬 듯 할 수가 없네요
나 오늘,
죽을 만큼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김정한시집 -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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