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IS. 2009. 11. 5. 08:54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지만 슬기의 집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기조차 힘들어 선물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족을 무척 사랑하는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하여 이런 제안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진짜 선물을 줄 수 없는 대신에 서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그림
으로 그려 대신 주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며칠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날이 되자 온 가족이 모여 조촐한 식사와 함께 서로에게
선물을 내밀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멋진 자동차를 선물하였고, 아빠는 엄마에게 근사한
목걸이를 선물하였습니다.

슬기는 부모님에게 자전거와 장난감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제 슬기가 부모님께 선물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드릴 그림 선물을 들고 있는 슬기의 얼굴에는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슬기의 선물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와 그 남자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안겨 웃고 있는 꼬마 아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그 그림의 제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림을 선물 받은 슬기의 부모님은 무척 감격해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슬기를 끌어안았습니다.

두 자로 된 더 없는 감동적인 그림 선물의 제목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도 이 안에서 태어나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도 이 안에서 태어나는 것.

모든 사람에게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소중한 의미가 되고 또 극소수
어떤 사람에게는 아픈 기억이 되는 것.

모든 삶의 인생 비망록 중에 가장 앞쪽에 적힐 단어, 바로 가족입니다.



자동차로 거부가 된 다음 고향에 주택을 지은 헨리 포드에게 누군가 물었
다고 합니다.

“백만장자의 집이 너무 초라한 것 아닌가?”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건물이 얼마나 비싼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그 속에 사랑이 있으면
위대한 가정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대리석으로 만든다 해도 그 가정은 무너
지는 것이니까.”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은 어떤 어려움과 아픔도 함께 이겨나갈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

 



시장에서 보자기를 펴고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당근만을 단출하게 파는 할머니에게 한 손님이 왔습니다.

“할머니 이 당근 하나에 얼마입니까?”

“오백 원입니다.”

손님은 조금 싸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물었습니다.

“두 개는 얼마입니까?”

“천 원이지요.”

“세 개는 얼마입니까?”

“천오백 원입니다.”

손님은 다시 물었습니다.

“많이 사도 깎아 주질 않는군요. 하지만 여기에 있는 당근을 모두 다 사면 싸게 해 주시겠죠?”

할머니는 질색을 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전부는 절대로 팔지 않습니다.”

손님은 다 사 준다는데 팔지 않겠다는 할머니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아니, 전부 팔아 주고 제 값을 다 주겠다는데 왜 못 파시겠다는 겁니까?”

할머니는 조용하고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돈도 좋지만 저는 지금 제 일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이 일과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활기차게 하루를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를 사랑하고,
가난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조금 더 싸게 사려고 하는 사람들의 흥정을
사랑하고, 오후에 따스하게 시장 바닥을 내려 쬐는 햇살을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신이 이것을 몽땅 다 사 가겠다는 것은 이토록
사랑하는 나의 일과 나의 하루를 당신이 몽땅 빼앗아 가는 것이기에
나는 결코 전부를 팔 수 없는 것이라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하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전부를 팔라는 말은 결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음의 평화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 손님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는 시장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돈보다도 더 귀중한 무엇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성철 -「행복비타민」중에서>